- 저자
- 백혜선
- 출판
- 다산북스
- 출판일
- 2023.01.26
올해 초, 살면서 가장 큰 열정을 쏟았던 일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는 경험을 했다.
출근 전 2시간,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퇴근 후 잠들기 직전까지 모든 여유 시간을 그 일에 쏟았다.
후회 없이 해보자는 다짐도 있었고 스스로와 결과에 대해 확신했기에 가능했던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아 들게 되자 그동안 나를 움직이게 했던 모든 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 써야 할 힘을 그때 다 끌어다 쓴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사소한 일조차 힘에 부쳤다.
잠이 늘었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다.
겨우 출근해 일을 하다가도 눈물이 저절로 흘러 화장실을 자꾸만 들락거려야 했다.
한동안 그렇게 무기력에 삶을 내어줬다.
이렇게 시간을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시도할 의지를 낼 수 없었다.
우울해하면서도 일상을 바꾸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점점 더 크게 좌절하게 되는 굴레에 빠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여기가 바닥이라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추락이 어느새 멈췄음을 알게 됐다.
혼자 펑펑 울면서 이제 바닥을 딛고 일어서서 다시 걸어갈 일만 남았다고 다시 힘을 내보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때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장 못생긴 발'을 내밀며 도전했기에 좌절했노라고 솔직하고 묵직하게 전해주는 위로가 고마웠다.
저자는 연주자에 한정하여 말하긴 했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도 있었다.
"하지만 연주자에게는 노력과 성취의 등가교환이 주어지는 법이 결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에도 연주자는 자기 연마를 통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날의 내가 인정받지 못했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더라도 나만큼은 최선을 다했던 그 시간에 만족해야 한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진전은 없지만 내가 보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내일 나는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
저자가 순진하다고 표현하는 믿음을 다시 내 안에 싹 틔울 수 있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믿음이라 미리 겁먹고 자주 의심하겠지만
그래도 자기 전 눈 감았을 때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이다.
덧) 언젠가 봤던 영상이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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